우리가 이별을 맞이한지 한 달이 흘렀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참 많은 생각이 들더라. 너의 이별 통보가 너무 갑작스러웠어. 그리고 우리의 다툼이 헤어짐의 이유가 안된다고 생각해서, 너의 결정에 후회했으면 하는 마음에 참 인간미 없게도 나를 더이상 좋아하지 않는다는 너의 말에 '그래 알겠어'라고 답한 나였지. 그리고 너의 집에 있는 물건을 가져가라고 걸려온 너의 전화. 나는 그냥 알아서 처리하라며, 그리고 이 이별이 차라리 잘된 것 같다며 너에게 상처를 주었어.
나를 더이상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그 말이 참 무서웠어. 그리고 무력감을 느꼈어. 그래서 나를 더이상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는 너에게 무슨 말을 해도 통하지 않을 것 같아서 빠른 수긍을 해버렸어. 사실 싸우기 전까지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부분이었기 때문에. 당황스러운 나머지 너를 한 번도 잡지 않고 그냥 수긍해버린 내 자신이 너무 싫었어. 너의 이별은 그 전 부터 이미 준비가 되었던 것일까? 그래서 한 달이 지난 이 시점에도 넌 괜찮은 것일까? 그래서 이제까지 나에게 단 한 번의 연락조차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연락하고 싶었어도 자존심 때문에 못한 것일까? 참 많은 생각이 들더라. 야속하게도 인스타그램에는 '애인은 기간제 베프'라는 말이 자주 보여 더욱 내 마음을 아프게 했어.
시간이 흐르니 너가 나에게 했던 그 말보다, 이별의 순간에서 내가 너에게 생각없이 뱉은 말들이 더욱 기억에 남더라. 인생에도 굴곡이 있듯이, 관계에서도 굴곡이 있잖아. 연애 기간동안 항상 좋았던 적만 있던건 아니었어. 너가 미운 순간도 있었지만, 너가 싫은 순간은 없었어. 그리고 우리 사이에 헤어짐이라는 단어가 있다고 생각을 하지도 못했어. 이별을 이야기하는 도중에, 이런 나의 마음은 너에게 숨기고 괜히 심술이 나서 딱딱한 답변만으로 너에게 상처를 줬다고 생각하니 힘들었어. 하루종일 이 생각 때문에 힘들었다기 보다, 내 할일을 하는 도중에 잠깐 잠깐씩 떠오르는 생각에 힘들었어.
처음 사귀는 순간 부터 왜 이제서야 우리가 만났을까? 지금 이 타이밍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사귀지도 못했겠지? 라고 하며 결혼을 약속하며 만남을 시작했던 우리여서 이렇게 더 미련이 남는 것일까 생각도 했어. 하지만 이리저리 생각해도 그것보다 너와 함께 있는 동안에는 온전히 나일 수 있었고, 편했어. 그래서 좋았어. 그리고 내가 너와 함께 보냈던 시간동안 난 참 많이도 행복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 서로 장난치고, 재밌는 영상도 공유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함께 복권을 사며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확천금을 잠시 꿈꾸기도 하고, 서로 경제적인 부분, 주식관련 얘기도 하고, 우리의 미래를 그려보기도 했었던 그 때의 내가 행복해보이더라. 너도 나와 같은 생각일까?
근데 이런 저런 생각은 접고, 이제 나는 널 한 번 잡아보려고 해. 한 달이 지난 시점이라 넌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 하지만 널 이제라도 잡아보지 않는다면 그것조차 나에게 후회가 될 것 같아서 한 번 용기를 내보려해. 내가 했던 말들로 인해 너가 받았을 상처에 미안했다고. 그리고 난 아무래도 너가 없으면 안될 것 같다고.